거짓이 넘쳐나는 시대.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우리는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라는 얘기를 사실인 줄 믿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이 보급된 후 우리는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거짓은 진실 속에 숨어 사실인 것 마냥 우리의 삶에 뿌리박혀 있죠.

하지만 ‘선풍기 괴담’처럼 거짓은 진실을 영원히 이길 수 없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 유통되는 거짓을 뿌리 뽑는 날까지, 더리브스 ‘팩트체크’는 진실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사진=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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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인 일명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지난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강도태 이사장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필수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리브스는 정말 우리나라가 필수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이 해외보다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는지 확인해봤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문케어로 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 등이 급여화된 결과 과잉 진료 문제가 발생했다며 과다 이용의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건보공단 역시 이날 업무 보고를 통해 “초음파·MRI 등 기급여항목 지출 모니터링 및 급여 기준 개선 지원 등으로 지출관리를 강화하고 적정 의료이용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 문제와 관련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문재인 케어 건보 보장률 목표가 70%였는데 2017년 62.7%에서 지난해 65.3%로 고작 2.6%p 상승에 그쳤다”고 지적한 반면, 강 이사장은 건보 보장성은 앞으로도 확대돼야 한다는 시각에서 ‘과잉진료가 있더라도 제도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문케어로 의료보장성이 크게 강화됐다’며 ‘현 정부가 약자와의 동행 기조에 맞게 문케어를 윤석열 케어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강 이사장은 “필수 의료에 대한 건보 보장성은 전체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낮기에 분야는 다르더라도 보장성은 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여자의사회 백현욱 회장이 올해 의료정책포럼을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강 이사장이 언급한 ‘필수의료’는 공적 영역에서 보장해야 하는 의료 서비스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이며 핵심적인 의료 서비스로서 의료 취약계층・취약지역・취약분야와 무관하게 언제, 어디서나, 국민 누구나 누려야하는 보편적인 보건의료서비스로 정의된다.

협의의 개념으로 보면 이는 국민 생명과 삶에 직결되는 분야로서 응급, 외상, 암, 심뇌혈관질환, 중환자, 신생아, 고위험산모 등을 대상으로 긴급하게 제공돼야 하는 의료서비스다. 지역이나 계층을 막론하고 적시에 적정 진료가 이뤄져야 하는 영역들인 셈이다.

여기에 강 이사장의 발언처럼 우리나라는 이 필수의료의 보장성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백 회장은 “공적 의료영역으로서 필수의료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없는 감염병 관리, 외상 및 응급의료, 재난 의료체계 구축 등 공공보건의료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은 매우 시급하나 우리나라의 현행 단일 공적보험에 의한 필수의료의 보장성, 즉 급여범위 및 급여 수준은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정말 다른 나라에 비해 필수의료 보장성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취재 결과 먼저 건보에서는 필수의료 보장성에 대해 다른 나라와 객관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건보 측은 어떤 공통된 기준을 가지고 다른 나라와 비교한 자료는 없다는 설명이다.

건보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연도 단위로 집계한 자료는 있지만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를 나눠가지고 보장률을 계산한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전반적인 보장률 자체를 올리기 위해 지난 4년간 사업을 진행하다가 최근에서야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관련해 산부인과가 지방에 많이 없다는 부분 등에 접근하면서 필수의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며 “강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인 것 같다. 공단에서 준비한 자료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종별 외래진료 본인부담금. [사진=계간의료정책포럼 제공] 
의료기관 종별 외래진료 본인부담금. [사진=계간의료정책포럼 제공] 

필수의료가 공적 의료영역을 위한 서비스인 만큼 관련 인프라 구축과 급여 시스템 등이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하면 이를 중심으로 다른 나라와 대략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다만 객관적으로 우위를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의 건보 제도와 구조, 운영체계 등이 매우 유사하게 정부 주도 하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민건강보험제도’라는 단일 보험제도를 운영하는데, 2011년 전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면서 가정의사제도 도입을 명시해 다양한 시범사업을 실시해왔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대만은 이를 기반으로 지역사회 안에 5-10개의 일차의료기관과 1-2개 병원급 의료기관이 지역의료공동체를 형성해 지역사회 주민을 돌보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대만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623개 지역의료그룹이 있고, 일차의료 수준의 클리닉은 5587개소가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역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보건 체계를 구축하는 ‘커뮤니티케어시스템’을 시행하고 있고, 대만이 해당 제도를 2003년 기획 단계부터 20년에 가까이 추진해왔지만 정착이 어려웠던 점이나 아직까지 대만 내에서도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국내보다 더 낫다고 보기는 어려워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6월 6일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지역사회의 힘으로 자신이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커뮤니티케어시스템’ 추진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의료와 돌봄이 통합적으로 제공되는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 [계간의료정책포럼 제공] 
의료와 돌봄이 통합적으로 제공되는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 [계간의료정책포럼 제공] 

하지만 일본의 경우 의료전달체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정교하다고 평가돼 보장성이 국내보다 낫다고 볼 수 있어 보인다. 의료정책연구소 강주현 연구원은 일본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의료기관 접근성을 가지면서도 의료전달체계 관련 법 규정이 54개조에 이르는 등 의료체계가 보다 촘촘하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전국의 각 지역별로 인구 대비 필요한 병상 수 등을 매년 감안하기 위해 병상 기능 신고제를 시행 중이다. 또한 각 지역별로 필요한 병상 수의 제한을 두는 일명 ‘병상총량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으며, 인구 고령화 추이에 따라 필요한 병상의 기능을 선제적으로 가늠해 병상 수를 조절해오고 있다.

더욱이 일본은 우리나라의 ‘커뮤니티케어시스템’과 유사한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통해 의료와 곁에서 환자를 돌보는 개호 행위가 유기적으로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연계 시스템이 잘 구축돼있다는 설명이다.

강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분원 설립 등 병상 수 증설을 통해 1차 의료기관의 운영을 어렵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의료와 요양 시스템을 연계하기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의 의료기관 이용 프로세스는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일본의 의료전달체계는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정교한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공적 의료 체계가 수반돼야하는 필수의료에 대한 건보 보장성이 타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로 판단된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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